증인 리뷰 후기 따뜻한 봄과 같은 영화

근래에 충무로에서 열일을 하고 있는 배우가 있다면 바로 정우성과 김향기가 아닐까 싶다. 정우성은 <강철비>, <그날, 바다>, <인랑> 등에서 매우 강한 이미지의 배역을 연기했었고, 김향기는 <신과함께>, <영주>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바 있다. 이런 정우성과 김향기가 만난 영화는 어떨까?

오늘은 영화 <증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

영화 <증인>은 한동안 센 캐릭터로 힘을 주었던 '정우성'이 민변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로 변신을 꽤했다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면서 다시금 마음속에 담긴 따뜻함을 일깨워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 <신과 함께>, <영주> 등의 작품으로 바쁜 활동을 펼쳤던 '김향기'는 자칫하면 잘못된 시선을 보여줄 수도 있는 남들과 다른 이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를 해냈다.

 

마음을 여는 순간 상대방의 마음이 전해지듯 따뜻함이 묻어나는 법정 드라마 <증인>은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 등의 작품으로 이 시대의 외롭고 차별받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한' 감독의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 더욱더 기대를 할수가 있었던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열성적인 민변에서 이제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순호'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용의자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자폐아 소녀 '지우'와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을 통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역시 예상을 했던 대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예상되는 법정에서 벌이는 치열한 대결, 승리를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내기 위한 비열함이 그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영화 내내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의 분위기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는 매우 확고했다. '이한' 감독 특유의 느낌이 진하게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누구라도 호불호 없이 관람이 가능할듯 하다.

따뜻함과 착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편견된 시선으로 자폐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세상,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는 진실, 거짓이 없음에도 자신들의 위치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를 들어 승기를 잡으려는 모습들이 이 시대의 씁쓸한 단면도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어서 나름 의미가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일부 대형 로펌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듯 하다. 그런 로펌에 들어간 민변 출신의 변호사 '순호'의 선택이 결코 정당하지 못하다고 욕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사실마저도 보는 이들의 마음이 그려져 관객들은 쉽게 공감할수가 있을듯 하다.

마음씨 좋은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인해 갚아야 할 빚도 많고 결혼도 못 한 상태인 자신은 아버지의 치매까지 떠맡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게 돈이라는 것에 누구도 부정할수는 없을듯 하다. 그럼에도 잊고 지냈던 사람과 사람의 소통,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반성, 주위에 누가 더 필요한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 느끼는 모습이 따뜻함을 넘어 착함을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찌 보면 동화 속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편 '김향기'의 장애를 가진 소녀의 연기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모습이 왜곡되지 않게 하는 진실함이 전하는 역활을 매우 잘 소화라고 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남들의 편견들을 뒤로하고 끝까지 증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어떤 정상인도 해내지 못하는 용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누가 뭐라해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신 스스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말이다.

정우성, 김향기의 케미는 마치 삼촌과 조카의 모습처럼 서먹서먹한 시작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전해지는 과정 속에 따뜻한 존재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조여주고 있다. 자칫 뻔해 보일 수도 있고 때론 과장된 관계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들의 관계를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매우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수가 있었던듯 하다.

​이외에도 조연들의 캐릭터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공들을 위한 마음을 전해주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초짜 검사 '희중'을 연기한 '이규형', '지우'의 엄마 역을 연기한 '장영남', '순호'의 아버지 역을 연기한 '박근형' 등의 착한 캐릭터는 물론 자칫 다른 캐릭터들에 밀릴 수도 있었던 '미란' 역의 '염혜란'의 연기도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증인>은 부드럽고 따뜻한 영화이다. 자극적이거나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다가오는  따스한 봄과 같은 영화라고 할수가 있을듯 하다.